최근, 정치 상황의 공백 속에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심지어 '식물야당'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반론할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 대선패배 이후 연이은 민주당의 악재.
민주당의 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한국 정치 속에서 야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야당은 어떠한 반성과 어떠한 컨텐츠가 담겨져야 하는가?
1. 민주당의 위기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는 “65대 35”
4.9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평가한 토론 자리에서 한겨레 성한용 기자는 “우리나라에서 진보개혁 세력의 의석수는 대략 100석 안팎”이었다고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이후의 자료 분석이다. 이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라는 구도는 “65대 35”의 구도가 굳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날 김호기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이념 성향 조사에서는 보수 30%, 중도 40%, 진보 30%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데이터에 의하면, 첫째, 보수성향의 유권자는 견고한 30%로 존재하고 지금 한나라당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30%는 민주당과 민노당 등의 밑바탕이다. 문제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40%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 40%의 이동에 따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태어났고, 17대 총선의 압승이 나온 것이다.
중도 40%를 연구하는 것이 급선무
@광주일보
1997년 영국노동당은 18년 만에 정권재창출에 성공해 토니블레어가 총리가 되었다. 그 과정을 보면, 블레어라는 개인의 리더쉽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당의 혁신을 주도한 필립 굴드(Philip Gould)라는 인물이 뒤에 있었다. 굴드는 10년 동안 당의 혁신 프로그램과 조사를 주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영국노동당의 중심이면서 ‘곪은 자리’였던 노동조합의 “절대적 권위”를 노동당으로부터 분리했다. 그 결과, 노동당은 국민정당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굴드 등 노동당의 혁신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토니블레어를 찾아 정치의 중심으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역시 10년의 긴 여정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그 과정의 시작은 중도의 40%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하는가에 대한 주도면밀한 조사와 연구라고 생각된다. 민주당은 이러한 연구 속에서 어떤 정강정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30과 수도권의 재탈환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두드러진 결과는 수도권의 지역화였다. 지난 10년의 민주정부의 성과이면서도 변화와 대응에 실패한 ‘주요 변수’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부산출신 대통령, 영남에서 민주당의 약진, 영호남 두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 약진 등 이전의 대립구도에서 점차 다양화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수도권이 독자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수도권 지역은 이른바 ‘전략적 선택’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와 언론의 영향을 크게 받는 보수적 성향이지만, 화이트칼라 등 3040세대가 지역을 주도하고 있어 변화가 빠르게 나타난다. 경제적 민감성이 높지만, 민주화의 정당성에 대한 도덕적 잣대 역시 높은 제3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선거 결과를 비추어보았을 때, 수도권지역은 새로운 비전과 시대정신이 제시되지 못했을 경우, 보수화로 가는 소극적 양상도 많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과 총선 등 지난 2번의 전국 선거는 수도권 세력의 특성이 잘 반영되었고, 대안없는 민주당에 대한 혹독한 매질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화이트칼라, 중산층, 경제민감층 등을 고려했을 때, 지역중심의 영호남 대립과는 달리, 변화 가능성이 높아 유동적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비전은 수도권 민심을 반영해야 옳을 것이다.
@세계일보
2030 세대의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2030세대는 사회에 대한 부조리에 극도의 불만을 갖게 되고, 극기야 사회문제와 멀어지는 괴리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무관심층은 보수화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들의 특성은 보수화로 회귀하더라도 기본적인 성향은 ‘무정부주의’ 혹은 ‘정부비판주의’적 성향이 짙다. 또한, 개인주의적 라이프스타일에 기초하여 ‘반보수언론’적 성향이 일반화되어 있다. 2030세대는 보수화된 권력에 편입을 지향하지만,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높은 진입 장벽에 대한 비판적 태도 역시 강하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항상 새로운 돌발 변수로 작용하게 되어 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보여준 ‘노무현 열풍’ 역시 2030세대에 잠재되었던 돌발 변수가 개혁세력 후보의 지지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호남지지 정당’이라는 특성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계층에서도 뚜렷한 지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중산층, 화이트칼라, 자영업자층 등 여론주도층 어느 한구석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체성’ 상실 정당으로 전락했다.
그 이유는, 창당과 통합의 과정에서 새로운 지지층을 창조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호남’ 중심의 지지층 내부에서 분열되었던 것이 다시 하나로 통합이 되었을 뿐, 새로운 지지층을 기반으로 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아니 10년을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서 첫 번째 고민해야 할 것은 전향적인 계층에 대한 분석과 그 계층의 흡수를 위한 노력일 것이다. 호남 중심에서 탈피하여 수도권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당 지지기반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지금의 정치 구도를 자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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