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사회>는 여러명의 저자들이 함께 쓴 책이다. 그 중에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문가도 있고, 국제변호사도 있고, 언론인도 있다. 다양한 시각에서 한 사건을 전문적으로 들여 보았다.
2014년 12월 5일, 뉴욕 JFK 공항에서 발생한 작은 사고였다. 단지 한줌의 땅콩으로 불거진 사고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언론의 가십으로도 나올 수 없었던 그런 사고였을지도 모른다. 태평양의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 듯,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거대 기업 대한항공을 뒤집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재벌기업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일순간에 폭발한 발화점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일단, 대한항공의 이번 사건이 10년 전이라면 이렇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재벌이나 권력층의 서민에 대한 "갑질"이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이었을까. 그 전에도 더 심한 권력층의 갑질은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번 사건처럼 빠르게 전달되지 못했고, 진실이 공론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진보학생운동의 지조자 중 한 사람으로 지금은 미디어비평가인 토드 기틀린 Todd Gitlin 은 월스크리트 점령 운동을 다른 <국가를 접수하라 Occupy Nation>라는 책에서 1960년대에 사회변화에 관한 어젠다가 공론화되는 데 3년이 걸렸다면, 2011년의 이 운동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는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그 공을 SNS에 돌렸다. (평판사회 p.80)
SNS 즉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미디어적 기반으로 인해 땅콩회항 사건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오너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 역시 국민 개개인의 분노가 SNS를 통해서 공분을 일으키고 공론장을 형성하는 중심적인 미디어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대중의 소수권력에 대한 분노가 잠재해 왔다. 그러나 언론은 항상 권력의 편이었다. 편리할 때만 국민과 시민을 앞세웠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언론의 권력과의 밀착관계도 SNS의 거대한 파도에서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또, 대기업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위기관리 전문가 또는 전담팀들의 위기를 대처하는 시스템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수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변명하려는 담당부서들의 행동이 오히려 사건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고 보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도 다양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이 해당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고 국민이나 시민에게 밝히는 것이 위기관리의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위기관리 사례에서는 숨기고 거짓으로 해명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오래된 문제점이다.
사고가 발생했고 그에 대한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나, 특히 사과에 있어서 누구에게 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에게 사과를 할 것인지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의 대상을 정확히 한다는 것은 위기의 책임과 원인, 해결방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지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한다. 조현아 상무는 먼저 비행기에서 하기된 사무장, 여승무원들에게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임원으로서 직원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지적하는 과정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사과의 내용이 결과적으로 '변명'으로 들렸다는 점이다. 오히려 잘못된 사과가 사건을 더욱 확대시켰다고 본다.
현재 사회는 갈수록 평판의 위기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원인은 첫째 모두가 뉴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뉴스와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출구 없는 분노가 확장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분절적이고 오해 다분한 내용이지만 어느 순간 폭발하고 있는 사실이 되는 시대다. 셋째,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된 개인이 존재하는 네트워크 사회, 그리고 새로운 대중이 출현했다. 넷째,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 (평판사회 p.218)
이러한 주장들을 보면, 평판에 대한 위기는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위기는 징후와의 투쟁이다. 1931년 미국의 어느 보험사에서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근무를 하는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 Herbert William Heinrich 는 하나의 통계법칙을 발견했다. ......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가 아니라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 (평판사회 p.256)
즉, 위기라는 것은 각종 징후를 가지고 있다. 위기관리에 대한 최고의 전략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징후를 대비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겪은 작은 위기들도 역시나 각종 징후가 있었다.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무시해 버렸기 때문에 더 큰 위기를 맞았다고 봐야 한다.
사회의 위기, 기업 오너들의 위기, 기업 제품의 위기 등 다양한 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도 다양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위기를 앞두고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만이 오히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기왕에 사과하려면 빠르게 사과해야 한다. 또 그 원인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사고의 해결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바로바로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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