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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금강산 구룡폭포 정상에서 만난 군대 동기

지난 주에 금강산에 다녀와서 재밌는 일화가 생겼습니다.

금강상 구룡폭포라는 곳을 올랐습니다. 금강산의 명소 중에 한 곳이죠.

구룡폭포는 1시간 정도 오르는 곳입니다. 여기저기 장관이 많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바빴습니다.

구룡폭포에 다 알라, 광폭정이라는 곳에서 한 북한 안내원이 저에게 말을 합니다.

"그쪽까지 가면 안됩니다"

제가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어다 보며 사진을 찍다보니, 등산로를 이탈해 있었습니다.

선그라스와  체크무늬 셔츠, 곱슬한 머리 스타일.
그리고 가슴에 북한 휘장이 보였습니다.

북한 안내원이었습니다.

이름은 김대일씨

김대일씨는 저에게 상냥하게 등산로가 아니니, 나오라고 하더군요.

"장관입니다. 너무 멋있어서 좀 자세히 보려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

이렇게 시작된 댓거리는 조금 정치적인 얘기로 발전되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는 말에, 제 가슴의 명찰에 '김대중대통령도서관 기획위원'이라는 것을 보고는 호의적인 인상을 보이며 남한의 정세에 대해 묻더군요.

다른 안내원들이 비슷했습니다. 남한의 대선 등에 대한 정세를 묻는 질문이 많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남북의 평화에 대한 애기로 화제가 전화되었습니다.

김대일 씨, "제가 철원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헉? 강원도 철원?

" 그때 제가 군무한 부대 앞에 백골부대라고 있었죠......"

맞습니다. 제가 백골부대 출신이었습니다. 저는 강원도 철원의 육군 보병 3사단 백골부대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북한 금강산 구룡폭포에서 만난 군대 동기 김대일씨, 그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철원에서 군생활을 함께 했다. 그는 북한 인민군으로 나는 대한민국 육군으로>

"실례지만 군생활을 언제 하셨나요?" "90년부터 94년까지 철원에서 근복무를 했습니다."

바로 북한의 군대 동기였던 것입니다.

비록 철조망을 앞에 두고, 서로를 경계하는 처지였지만, 김대일씨와 저는 비슷한 시기에 군생활을 강원도 철원에서 했던 것입니다. 저도 일정 기간 GP 생활을 해서 어쩌면 경계근무시에 바로 앞에 김대일씨가 저와 마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군제대 이후 강원도 철원을 돌아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 좋은 추억도 없고, 나쁜 추억도 없었지만 군생활 자체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았죠. 또, 군생활 중, 학교 동기들이 이른바 '조직사건'(운동원출신입니다.^^)에 연루되어 저도 관심사병이 되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참 우연히도 당시 철원이라는 오지에서 같이 시기에 군생활을 했던 김대일씨를 금강산 중턱에서 만나게 된거죠.

아무튼, 인연이라는 것이 놀랍다는 생각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