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최근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다시 생각해본다.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를 상대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 있는 권력의 자리에 있다고 하지만, 정말 어이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초등학생에게 영어원어 수업을 하고 우리의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수업하게 한다고 학부모에게 말한다고, 이런 발언을 옳다고 받아 들일 국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이미 우리 나라에 없을 테니깐.
지난 5일 이명박 후보의 부산 방문 관련 기사를 인용한다.
“초등교서 원어수업… 사교육비 半으로” (문화일보 기사)
이명박, 부산서 ‘교육개혁 아웃라인’ 발표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중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5일 “현정부의 교육정책은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며 교육개혁의 개괄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 유스호스텔아프티나에서 열린 학교운영위원회 및 학부모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현 상태의 교육제도를 끌고 가는 것은 한계가 왔다”며 “차기정권에서는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날 밝힌 교육정책의 큰 줄기는 ▲초등학교 일부 원어수업 ▲학교와 교사에 경쟁제도 도입 ▲입시제도 개혁 ▲평준화와 수월성 병행 ▲사교육비 절반으로 줄이기 등이다. 이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을 오는 9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영어교육의 개혁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를 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영어에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원어강좌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영어를 완벽하게 잘하는 한국인을 계약직으로 교사로 고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사의 내용 그대로 본다면, 이명박의 교육 개혁 정책의 비전은 전혀 철학이 없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숙련된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나 아는 것이다. 단지 영어 단어 몇개를 더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편리한 것은 아니다. 역시나 이명박씨는 사람의 문제를 '노동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보여 주고 있다.
영어 교육의 필요성은 국제화의 비전에 맞추어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초등학생에게 원어 교육을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우리의 뿌리 마져 없애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우리 문화와 타문화를 공존하면서 배우는 것은 국제 사회 속에서 필요한 것이지만, 그 절차와 시기가 분명 존재한다.
이전에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에 따르면, 국어를 잘 하고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외국언어를 숙달하는데 더 빠르다는 것. 즉, 우리 교육의 전면을 영어로 교육한다고 해서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이 공약이 약하면 이명박은 우리나라의 공용어를 영어로 바뀌고, 국민들이 영어로 말하는 법안을 만들어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또한,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발언은 과연 내부적 과정을 거치고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도 한국을 배우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것은 한국어를 통해 그 나라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자국의 대통령 후보의 사고 방식으로는 납득이 안되는 이런 발언을 외국인들이 알까 두려울 정도다.
그동안 이명박씨의 말실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 발언을 두고 그 심각성이 깊다는 인상이다.
우선 이명박씨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철학도 없는 즉흥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주위의 참모들의 실수인지 자신의 실수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선거를 위한 공약이나 캠페인이라면 자신의 철학을 담아야 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이전의 말실수와 이번 교육문제 발언에서 비추어보면, 국가의 미래보다는 눈앞의 실익에 즉흥적인 '서비스용' 발언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개혁에도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발언이 사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자신의 신분을 생각한다면 쉽게
나는 이 발언을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 공약으로 제시될지 두고 볼 것이다. 한나라당이라는 공당이 이러한 무책임한 발언을 공약으로 제시되는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역시 내부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공식적으로 대선후보로 활동한지 내일이면 50일이 된다고 한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의 언행과 행동에 있어서
어쩌면 이명박 후보나 그 주변의 사람들은 또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했다. 이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국민들이 바라는 눈높이가 있는데 엉뚱한 발상을 하고 언행을 하는 것을 보여주니 말이다.
* 9일 오전 이명박씨는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엊그제 5일 부산에서 한 영어 교육문제 발언은 나오지 않는구나? 그냥 학부모 모시고 농담한건가?
교육비 절반 5대 실천프로젝트' 발표(연합뉴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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