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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통령선거

문국현 100분토론 후기, "꿈꾸는 자의 허망한 자유"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사회를 보는 시각과 꿈을 자기고 있다. 그의 눈높이에서 사회를 보고, 여론을 파악한다. 또한, 그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때로는 그의 주변인물로부터 조성되기도 한다.

최근, 정치계의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참여학자)'에 대한 언론의 주목이 그러한 이유이다. 즉, 자신의 철학적, 학문적 내용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정치인을 통해 투영되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후보자들 중에서 유독 정치참여학자들의 참여가 밀도있는 곳 중 하나가 문국현 후보쪽인 듯 싶다. 인원을 따진다면 물론 단연 이명박 후보가 으뜸이겠지만, 캠프 인원대비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

이런 학계의 정치 참여가 가지고 있는 폐단은 아마도 '현실정치와의 괴리'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정치의 답답함에 대한 투쟁정신을 가지고 교단을 박차고 나왔고, 현실 정치를 뛰어넘기보다는 무시하고 돌아가버리는 먼길을 택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학자들은 너무 현실에 적응을 잘해서 탈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로 나오는 것이 정치인의 눈높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주변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론의 온도차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고, 사회 문제의 대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 너무 '고상'한 것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분명, 정치인은 이러한 수위 조절이 중요할 것이다.

어제 100분토론에서는 지지도 5%를 넘긴 문국현 후보에 대한 TV을 진행했다. 현행 선거법 상 TV토론 대상은 지지율 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군소후보들에게 고루 기회를 줘야하는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시정잡배처럼 나오는 후보들도 있어 일종의 '공중파 진입 커트라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문국현 후보가 짧은 기간 동안 이런 높은 지지율 상승을 보여준 것은 국민들의 새로운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100분 토론에서 문후보 국민 여망 기대 못미치다

그런데 어제 MBC TV를 통해 방영된 문국현 후보의 토론은 사실 "역시나"였다.
개인적으로 문국현 후보의 출마 과정에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문후보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느낀 것은 이미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왕자병'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17년 이상을 한 회사의 사장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능력뿐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고착되어진 자신의 입지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이 국민에게 비추어지는 것은 문국현에게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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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후보, 자신의 '방화벽' 너무 일찍 쌓고 있다

또 다른 느낌은, "이상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비전이 확대되거나 축소되거나 하는 변화를 거치게 된다. 또, 아이디어는 후보의 생각이었으나 결국 생산된 공약과 비전은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문국현후보의 생각은 너무 지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문후보의 그런 논리에는 현실정치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다보니 생기는 '방화벽'때문이라고 본다. 벽 너머를 보지 않고, 너무 빨리 벽쌓기를 서두르다보니, 이제는 넘어가서 함께 얘기해야 할 때에 넘어갈 수도 없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벽이 없어 똑같은 정치인이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현실로부터 동떨어지는 모습 또한 경계되어야 한다.

문후보의 왕자병, 국민들이 왜 나의 생각을 이해못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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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방청석 패널이 자이툰파병 철군에 관련한 질의를 했다.
물론 그 질의자는 해외파병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파병 철군 반대 입장에서 문후보의 생각을 물어봤다. 그러나 질의의 핵심은 자신의 주장과 대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문후보의 설득력있는 주장은 듣고 싶은 것이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문후보의 그런 논리력과 혜안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일단, 문국현은 질의 핵심을 피해간다는 느낌이었다. 또한, 그 논리 역시 현실 정치인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병의 문제를 국민여론과 파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언급을 시작했지만, 종국에는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그의 고민 키포인트였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논리적 약점은 그의 FTA관련한 태도 변화에도 드러난다. 국제적 기업 활동을 많이 했던 문후보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FTA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조건부 찬성이라는 태도 변화를 질타하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결국 문국현 후보는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질의자에게 표출하는 아마추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후보는 질의한 방청객 패널에게 파병비용 등에 대해서 아는냐고 발론하면서 자신의 애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가슴의 애절함을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선거캠페인이 이루지지 못한다. 단 한마디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답한 마음에 공경에 처하게 한 행동은 분명 저적되어야 할 것이다.  

거울을 잘 보는 정치인이 성공한다

문후보는 거울을 자주 봐야 할 것이다.
많은 정치인은 자신이 내밷는 모든 소리가 국민들에게는 꿀과 같은 것이라 착각한다. 이전에 출마자에게 자신의 TV토론, 유세 내용을 비디오로 보기를 권한 적이 있었다. 참모들과 함께보면서 평가를 해보라고 한 것이지만 대부분은 보기를 거부한다. 아마도 모니터에서 서투른 자신을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문국현 후보은 반드시 오늘 토론의 내용을 다시 보기를 바란다.

손석희도 이해 못하는 문국현의 단일화 논리, 국민들은 알까?

문국현 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순차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처음, 예비경선에는 참여할 수 없다->예비경선이후 후보와 단일화하겠다->인물단일화가 아니라 정책단일화하겠다.

문국현 후보가 신당의 컷오프에 함께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논리에는 현실정치의 진흙땅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 컷오프에서 살아남지 못해 자신의 정치입문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다음, 신당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문국현 후보는 지지도 상승에 힘썼고 후보 단일화에 대해 고심했다. 이후에 새롭게 주장한 것이 바로 인물단일화가 아닌 '정책단일화 주장'이다.

어제 문후보의 정책단일화에서 보면, 후보단일화는 지지도 중심이다보니 자신의 승리가 어렵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가치에 평가받고 동의할 수 있는 사람과 정책단일화를 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손석희씨는 재차 물어본다. 정책단일화를 통해 한 후보로 단일화한다는 건가요?하고. 그런데 문후보는 아니다. 한 후보로 결정할지는 모르겠다. 자신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과 단일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결국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든지, 아니면 선을 긋겠다는 것.

그리고 나서 후보도 하나로 할지 아닐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해가 안된다. 아마 국민도 이해가 안될 것 같다. 국민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이명박과 맞대응을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원하는 것 아닌가?  문후보는 자신이 후보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토론을 해보자 이런 논리인데, 결국, 자신은 끝까지 갈 것이다라는 주장을 애둘러 하고 있었다고 본다. 정책단일화를 해보자는 것, 결국 선거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다른 후보들과 토론하자는 것인데, 그게 선거캠페인이 아닌가? 또, 이회창과의 정책단일화 언급은 정말 코메디였던 것.

교육 공약, 정면 돌파 못하고 피해간다는 느낌

문후보는 교육공약이 부실하다는 패널의 질의를 받고 발끈했다.
문국현후보는 한반도 국제 정세 안정화를 통해 국방비등을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유아교육부터 25세 대학교육까지 질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교육도 무상으로 학교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 논리에서 문국현식 뉴패러다임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문국현은 교육을 단순히 고급인력을 양상하는 유한킴벌리식 사내 교육으로 한정짓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는 경쟁식 교육, 엘리트중심 교육이다. 사람에 대한 교육이 아닌 '고급노동력 확보'라는 근대적인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는 문국현은 결국 교육은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이고, 국가는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사교육비가 아닌 국가비용을 대체하는 것이 교육혁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돈을 들여서 공짜로 영어교육시켜주겠다는 공약은 이명박도, 정동영도 하고 있다. 뭐가 차별화인지 분명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 지도자가 재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재정을 통해 교육을 바꿀 수 있었다면 진작 변화되었을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여서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경쟁중심의 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고수준의 영어교육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경쟁 중심, 학연 중심의 사회구조가 없어지지 않는한 입시지상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교육을 위한 국가의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 혁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