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국회의원 이은영의원실과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공동주최로 로비스트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법조브로커 김모씨의 광범위한 불법 로비 사건과 사행성게임에 대한 정관계 불법 로비 사건 등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날 토론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로비스트 합법화를 통해 불법 로비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음성적인 불법 로비로 인해 국민적 충격을 가져다 준 사건은 한두 건이 아니다. ‘백두사업’, ‘동부전선 전자전 장비 사업’처럼 거액의 국방예산을 수반하는 군사업부터, ‘경북고속철도’와 같은 대형국책사업의 외국기업 로비 사건 등. 또한, 4대게이트사건(정형준, 진승현, 이용호, 윤태식)처럼 권력형 불법 로비로 인해 국가의 내외적 신뢰가 실추되어 국가적 망신을 당하는 사례도 몇 해 전 일이다. 이처럼 한국에선 ‘로비’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인상은 불법적 행위, 권력과 밀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행위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지난 해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CPI) 조사에서 부패인식지수가 159개 국가 중 40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오히려 로비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로비스트를 등록, 관리하고 로비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합법 로비를 양성하여 음성적인 방식을 근절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은영의원은 ‘사회의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로비스트의 역할은 자연스러운 정치과정의 일부’로 평가하며, 현대 정치의 필수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로비스트 합법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다원화된 현대 이익사회에서 로비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절대적인 공공선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집단의 노력은 필연적이다. 특히, 시위 등 폭력적 방식이 만연하고 있는 우리 사회 속에선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미국처럼 로비스트와 입법기관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입법과정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기관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로비스트가 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는 금융, 산업, 시민단체 등에 다양하게 로비스트가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의 인맥과 체계적 지식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 입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각종 이슈와 집단 이익 등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겸비한 로비스트가 허용된다면 입법 과정의 비효율성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로비스트 합법화에는 단지 불법 로비를 근절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결정과정을 공개화하고 투명화하는 궁극적 기능이 존재한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합법적인 로비가 진행되고, 정부는 그 과정을 법률에 의해 공개의무를 지닌다면 지금처럼 음성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로비의 관행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들은 로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다. 법망을 피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불법 로비 활동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의 정책 과정에 대한 신뢰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회나 정부의 정보 독점에 대한 우월감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정보가 독점될수록 해당 이해 관계자는 입법과 정책의 결정권자와 긴밀하고 은밀한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공익성을 높이고, 투명화한다면 굳이 불법적, 폭력적 방식이 아니더라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로비스트 합법화 논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권력 구조와 정책 또는 입법 과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진행된 입법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음지의 것을 양지로 내놓는 것은 항상 환영할 일이다. 특히,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보와 그 과정의 노력이 공개되고 투명화하는 일은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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