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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의 또다른 한국, 칭다오(靑島,Qingdao)

 

중국 속의 또다른 한국, 칭다오(靑島,Qingdao)

-한국엔 중국이 많다. 중국에도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젓가락부터 시작해, 김치까지 ‘메이드인차이나’가 넘치는 한국. 한국에는 중국이 너무 많다. 한국의 대기업, 중소기업의 제조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해 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옛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먹을거리부터 시작해 가정의 의식주가 중국화되어 버리는 이 시점에서 중국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그러나 실상 한국내의 국민들은 감정적 항변만 할 뿐, 중국의 거대한 야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속수무책이다.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 속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왜곡된 역사관에 한국인들이 주먹을 쥐고 외치더라도 그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러한 자극적 외교 전쟁에 우리는 무엇을 취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경제, 문화적 게릴라전을 통해 중국 속에 한국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 기내의 창을 내다보니, 서해안의 수평선이 날개 너머에 보인다. >


< 청도의 루틴 공항. 한국 인천공항에서 1시간여 거리이다. >
 

필자가 중국 산동성 청도시에 방문한 것은 9월 마지막주. 때마침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있어 시가지에는 붉은색 치장이 화려했다. 관공서와 학교 등에 걸린 붉은 휘장과 현수막으로 중국 정취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고층 빌딩 사이로 철거된 고가, 그 옆의 건축현장의 타워크레인 등이 개발의 현장감을 전해 주었다.

<루틴 공항에 내린 우리 일행들. 날씨가 한국보다 더워 바로 반팔로 갈아입어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청도의 루틴공항까지 1시간여 비행. 군산과 위도가 비슷하다는 말에 청도의 하늘에서 내려본 지형은 한국의 남도를 연상케 했다. 푸른 바다 옆에 강렬한 붉은 빛을 발산하는 흙과 지붕으로 필자는 우리 땅 남도의 황톳길을 떠올렸다.


청도는 ‘푸른하늘(藍天), 푸른바다(碧海), 푸른나무(綠樹), 붉은지붕(紅瓦)’으로 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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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 해변가. 해군박물관, 장개석별장 등을 방문했다>

청도는 산동성의 한 도시이지만, 중국의 10대 도시 중 하나로 불린다. 또,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항구 도시로서 67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1879년 독일에 의해 점령당한 청도는 이후 1914년 일본에 점령당했는데, 이러한 역사적 과정으로 인해 청도 시내 곳곳은 독일식, 일본식, 스페인식 등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과거 열강의 식민지였던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우리 3.1운동과 연결된 중국의 5.4운동의 태동지이기도 하다. 청도 해변가의 오사광장에는 중국의 5.4운동의 기리는 ‘오월의 바람’ 이라는 조형물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광장에는 중국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인생의 한번, 바다를 보고 싶어 멀리 내륙 지방에서 올라온 중국인들이다.


산동성 한국인 10만 명, 2010년에는 40만 명 정도될 것으로


청도, 위해, 연태, 제남 등 산동성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청도 인근에 집중되어 있는데, 다른 중국 도시와는 달리 한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인상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5년 전, 청도에 발을 내딛은 심상우원장은 현재 청도에서 유명한 외국어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심선우원장 등 63년 토끼띠 동갑내기 5명이 똘똘 뭉쳐 청도 이주 2세대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심원장은 현재 청도 내 한국인이 10만 명이지만 북경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 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청도에 불고 있는 부동산 열풍에 한국인이 한몫하고 있는데, 해변가에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택지 지역에 한국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택지 개발 지역의 경우, 평당 한화 500만원 정도를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도 외각의 위성도시의 분양가수준이다 보니, 한국인 투자자가 많이 몰린다고 한다.

< 청도 시내의 Dr. Paul 외국어학원을 경영하는 심선우 원장. 단신으로 청도에 건너가 외국어 사업을 시작한지 5년째. 대표적인 청도 이주 한국인 2세대. 그는 중국에서 사업하기 전에, 중국과 중국어를 반드시 먼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교육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심원장은 중국의 교육 환경이 한국보다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영어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고, 새로운 문화, 특히 아시아의 경제와 문화를 주도하게 될 중국 문화의 선행학습은 미래의 아시아경제문화권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교육수준이 한국보다 높고, 효율적이어서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원장은 현재 두 딸을 모두 중국인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한국인학교에 비해 아이들이 학습능력이 떨어져 고민스럽지만, 아이들이 중국화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철저히 중국화시키고자 한다고 한다. 청도에도 조기유학을 온 어린학생들이 많지만 태반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 한국식 소비와 생활을 하면서 중국어만 배우려는 태도가 부적응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중국인, 불의는 참을 수 있어도 불이익은 못참는다


필자는 청도의 유명한 노산에 올랐다. 중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1,000미터 이상의 고산이다. 중국 도교의 성지로 유명한 노산은 한국의 웅장한 산맥처럼 느껴졌다. 해풍을 막고 있는 그 형상이 보성지역과 흡사해 차밭으로도 유명하다.

노산 등반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중교통이 없어, 자가용영업차량을 어렵게 불렀다. 좁은 승합차에 연인으로 보이는 2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좋은 좌석에 불만을 토로하니, 운전사가 그 두 사람을 내리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일행에게 차에 오르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먼저 탄 차에서 쫓겨난 신세이지만, 그 연인들은 웃으며 차도 없는 길을 터벅터벅 내려가고 있다.


< 청도 라오산에서 >


등산길을 함께 한 심선우 원장은, 중국인의 기질을 보여 주는 것이라 말한다. 운전자는 좀  전의 두 사람에게 10원을 받기로 했고, 우리 일행을 태워주면 한번에 70원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두 사람을 내리라고 했고, 그들도 그것에 동의하고 기꺼이 내린 것이다. 중국인들은 경제적 이익을 두고 실리를 따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세계 곳곳에서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이런 경우가 벌어졌다면 벌써 상대의 멱살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 중국인 운전자는 한술 더 뜬다.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서 우리에게 10원을 더 요구한다. 10원을 더 주지 않으면 여기서 내리라고. 중국의 또다른 상술을 배웠다.


중국땅은 암탉의 형상인데, 그 부리가 한국을 향해 있어

< 중국전도, 암탉의 형상을 한 중국은 부리가 한반도를 향해 있다>

이전에 필자가 중국의 다른 도시를 방문했을 때, 오랫동안 한국 기업의 중국주재원으로 있던 분에게 들어 이야기이다. 중국의 지도를 보면 암탉의 모양을 지니고 있는데, 그 부리가 한국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한국을 언제든지 능가할 수 있다고, 그들의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경제적 지표가 한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지만, 중국인들이 결심하고 달려든다면 한국은 언제든지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매년 10%이상의 경제성장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충고를 덧붙였다.

공산국가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 국가 운영을 오랫동안 지속해 왔다. 한자문화권에 살면서 한국은 서구화를 지향했고 중국을 간과해 왔다. 문호를 개방해 경제적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 앞에서 지척거리에 있는 한국은 남들보다 대응 속도가 느린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미 주변국 일본은 중국의 알짜를 빼가고 남은 것을 한국인들이 서로 아웅다웅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구상중인 한국인들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 중국에서 한국인이 할 일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을 너무 쉽게 보는 한국인의 풍조를 경계해야


청도에서 만난 이철지 사장. 그는 청도에서 여행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이른바 중국 ‘꽌시’였다고 한다. 공산당 간부나 공안 당국과의 인맥이 없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험이 많았다는 것이다. ‘꽌시’만 있으면 안되는 것도 되게 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청도내 한국인의 위상이 많이 커져 중국인들이 한인상공회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인 한명이 중국인 열 명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이철지 사장은 한국인이 경제적 우월감에 중국을 무시하는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그 무엇이 무궁무진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중국을 두려워해야 할 점이라는 말한다. 사실, 중국의 갑부가 최근 경제발전으로 급작스럽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부자와는 다르다. 한국처럼 움켜쥐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익이 되는 곳을 찾아 과감히 투자하는 스타일이다. 중국의 장사 속 앞에 한국 경제가 언젠가 휘청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사장은 한국인이 노릴 수 있는 틈새는 바로 중국인의 1%에 있다고 한다. 신흥갑부로 새로운 소비와 투자를 누리고 있는 그들에게 한국인이 도전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 추세에 따라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을 타고 넘을 시점에 이르렀다. 유럽연합 등 글로벌 경제 트랜드가 지역체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경제체제의 필요성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한걸음 물러나 중국을 이해하고 연구하고자 하는데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열풍처럼 불고 있는 유학바람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투자와 계획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며, 한국의 우수한 청년 인재를 거대한 기회의 땅 중국으로 보내 우리의 대중국 정보망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익 앞에 내정해지지만, 다른 한편 상대를 신뢰하기 전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중국을 이해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