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대통령선거가 있다. 앞으로 1년이 넘었지만, 언론들은 지금부터 잠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선후보로 거론하기도 하고, 해당 주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또한, 많은 출마 준비자들은 고민한다. 언제쯤 출마선언을 해야 효과적일까? 즉, 언제쯤부터 시작해야 '가성비'최고의 선거준비와 운동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현재 공직을 유지하고 있는 준비자들은 경선, 본선 등을 고려해 복잡한 셈법을 앞에 두고 있다. 공직을 언제 사퇴해야 하는지 등등. 그 반면에 국회의원 출마도 하지 않고 외부에서 꾸준히 준비하는 일부 대선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대선에서 여와야 1대1 후보자 경쟁 구도 결정 시기가 더 짧아지고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확정은 각각 4월 26일, 5월 9일에 결정되었다.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바로보기>
2002년 4월 26일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국민경선의 돌풍을 일으키고 대통령후보로 결정되었다. 그해 3월 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16개 시도를 순회하는 약 한달간의 여정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국민경선이라는 새로운 후보 선출 시스템과 주말마다 전해지는 역전소식이 흥미진지했다. 국민경선은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산 출신의 노무현을 대통령 후보로 결정했다. 그 날이 대선일로부터 약 8개월 전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약 보름 뒤인 5월 9일에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구도는 대선 2개월 전인 10월에 확정
전당대회 연기, 경선룰에 반발해 유력한 여당 후보자의 탈당 등 시끄려운 경선이 진행되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분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국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통합과 창당의 과정을 거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씨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8월 20일 경선으로 확정된다.
2007년 8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하고 바로 8월 20일에 열린우리당과 합당함으로써 창당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8월 22일 후보등록결과,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이 경선에 참여한다. 특히 이 당시에는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이 논란이 되었다. 또, 모바일투표가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10월 15일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선출되어 여와야의 1대1일 구도는 대통령선거를 2개월 앞두고 확정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구도 확정이 2개월전에 결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레임덕에 의해 분당 위기에 처해 있었다. 또한, 내부의 유력한 대권후보가 준비되지 못해 외부의 유력주자 영입설 등이 거론되었다. 당시에 문국현씨가 일찌감치 진보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었다. 문국현씨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자로 출마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당을 창당했다.
이 당시에는 언론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외부 영입 인사들까지 놓고 여론조사도 벌치고 잠룡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선레이스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 구도가 확정된 것은 2개월 전이다.
2012년 대선 후보 구도 확정은 선거 26일 전에 확정
2012년 8월 25일부터 시작해 9월 16일에 끝난 민주통합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문재인씨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 6월 17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보통사람이 중심이 된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선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 2개월만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민주통합당의 경선 확정으로 후보가 되었지만 야당의 단일 후보가 되지 못했다. 안철수씨가 오랫동안 언론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안철수씨는 민주통합당으로 영입 등을 거부하고 이른바 정치권의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안철수씨에게 줄서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문재인과 안철수 씨는 후보자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 안철수씨의 문재인 지지선언과 대선 후보직 사퇴로 11월 23일 문재인 후보가 야권의 후보자로 확정된다. 대통령선거를 26일 앞둔 상황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그해 8월 20일에 전당대회를 통해 확정되었다. 83%의 앞도적 지지였다. 경쟁후보자였던 정몽준, 이재오 씨 등이 당내 경선에 불만을 품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경선은 싱거운 게임이었다. 이때 언론은 야권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후보자 경쟁구도를 연일 보도했다. 문재인이냐, 손학규냐, 또 정동영이냐. 그리고 나중에 문재인과 안철수냐로 시시각각 바뀌었고, 현역 정치인들의 줄서기도 심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통령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의 고민은 한달도 안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노무현 vs 이회창 구도는 대선 10개월 전에 결정되었다. 이명박 vs 정동영 구도는 2개월 전에. 박근혜 vs 문재인 구도는 26일만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우리의 공직선거법 문제로 생기는 한계다.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트럼프 후보가 확정되는 전당대회가 치뤄졌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후보자 선출을 위한 지역 대의원 선출 경쟁이 1년이 넘도록 진행되어 왔다. 또, 대선후보자들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캠프를 구성하고 전국을 돌면서 대통령 후보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공직선거법 상에 주어진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 넘게 장기적으로 후보를 미리 결정해 두고 선거캠페인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둘째, 정당 내부의 정권 창출을 위한 장기적 준비가 미흡하다. 직전의 전당대회를 통해야 구체적으로 경선룰이 정해진다. 그 내용도 매번 달라진다. 게임의 룰이 불명확하니, 외부의 인재 영입도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선수들이 모여서 게임룰을 정하다 보니,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하고 서로 질주하다가 한 사람이 멈춰야 끝나는 치킨게임같은 형국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준비된 후보보다는 당시의 파워불한 권력을 가진 집단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보니 미리 선점해도 특별히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이 되니, 점차 후보자 결정이 늦추어진다고 본다.
셋째, 언론의 앞선 레이스 보도가 국민을 피로하게 만든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영입, 문국현 대표의 영입, 안철수 신드롬 등등이 결과적으로 언론의 경주식 보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예비 주자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로 나오고 있다. 이전의 기사 스타일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고 본다. 이전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언론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여야에서 영입대상이 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최종적으로 대권후보가 될 것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나 생각해 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선후보자 결정 기간이 짧아지는 것은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 지난 대선이 26일이었으니, 다음 선거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내에 1대1 구도가 확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해 본다. 이런 문제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당연히 유권자다.
유권자는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토론회도 보고, 선거홍보물도 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판단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구도가 나오지 않은 채, 경쟁식으로 진행되는 언론만으로 후보를 결정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갈수록 후보 결정 시간이 짦아지니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없고, 이른바 바람선거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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